브랜드 컨셉을 감성적인 한 문장, 슬로건 같은 걸로 아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컨셉은 예쁜 문장이 아니라 판단 기준이다. 로고 색을 고를 때도, 매장 조명을 고를 때도 이 하나를 붙잡고 넣을지 뺄지 정한다. 문장이 예쁘면 좋지만 그게 목적은 아니다. 슬로건은 컨셉이 정해진 다음에 나오는 결과물이지, 컨셉 그 자체가 아니다.
컨셉이 하는 일. 넣고 뺄 기준
브랜드를 만들 때 결정할 게 수십 개다. 폰트, 색, 재질, 문구, 매장 동선까지. 컨셉이 없으면 이 결정을 그때그때 감으로 한다. 담당자가 바뀌면 기준도 같이 바뀐다. 카페 하나를 열 때도 메뉴판 글씨를 손글씨로 할지 고딕으로 할지 같은 작은 결정이 하루에도 몇 번씩 나온다. 컨셉은 "이건 우리 것이 아니다"를 빠르게 판단하는 도구다. 예뻐서 고르는 게 아니라 컨셉에 맞아서 고르는 것이다.
한 줄로 못 쓰면 아직 안 잡힌 것. 누구에게, 어떤 상황에, 무엇이 다른가
컨셉을 한 문장으로 못 쓴다면 아직 여러 아이디어가 섞여 있다는 뜻이다. 문장을 세 조각으로 나눠보면 빈 곳이 보인다.
- 누구에게: 나이나 성별이 아니라 어떤 고민을 가진 사람인지
- 어떤 상황에: 그 브랜드를 마주치는 순간, 혼자 있을 때인지 선물을 고를 때인지 급하게 필요할 때인지
- 무엇이 다른가: 경쟁 브랜드가 못 채워주는 한 가지
세 칸을 다 채우면 문장이 나온다. "혼자 저녁을 차리는 사람에게, 재료를 고민할 필요 없이, 한 끼 분량만 파는 브랜드"처럼. 셋 중 하나라도 비어 있으면 문장이 막연해지고, 그 막연함은 그대로 디자인에도 옮아간다. 문장이 나오면 다음 결정은 여기에 맞는지만 물으면 된다.
컨셉 문장이 나온 다음. 실제로 뭐가 달라지나
문장이 나오면 회의 시간이 줄어든다. 새로운 디자인 시안이 나왔을 때 "이게 이 사람에게, 이 상황에, 이 차이를 주는가"를 물으면 된다. 아니라는 답이 나오면 그 시안은 버린다. 컨셉이 없을 때는 이 판단을 매번 새로 감으로 해야 했다. 시안을 고르는 회의가 짧아지고, 왜 이걸 골랐는지 나중에 설명하기도 쉬워진다. 담당자가 바뀌어도 문장만 넘겨주면 기준이 그대로 이어진다.
자주 하는 실수. 형용사로 채우기
"프리미엄하다", "감각적이다", "트렌디하다"로 컨셉을 채우는 경우가 있다. 이 단어들은 누구에게도, 어떤 상황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모든 브랜드가 쓸 수 있는 말이라 아무것도 걸러주지 못한다. "프리미엄하게"를 "가격을 안 보고 결정하는 사람에게"로 바꿔보면 그제야 구체적인 기준이 생긴다. 형용사가 나오면 그 다음에 "그래서 뭐가 다른가"를 한 번 더 물어야 한다.
사진 · Walls.io · cottonbro studio · Eva Bronzini · cottonbro studio · Jesus Rivera (Pexel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