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출물부터 다르다: 보고서와 로고
브랜드 컨설팅 회사에 처음 문의하는 사람 대부분은 로고 시안이나 컬러 무드보드 같은 걸 기대한다. 상담이 끝나고 나서야 안다. 컨설팅 회사가 주는 건 문서다. 시장 진단, 경쟁사 비교, 포지셔닝 문장. 로고, 패키지, 브랜드 가이드라인은 디자인 회사의 몫이다. 이름에 "브랜드"가 똑같이 붙어 있어서 두 업이 헷갈리지만, 문의 전화를 걸기 전에 어느 쪽이 필요한지부터 정해야 시간이 안 샌다.
컨설팅 회사가 실제로 하는 일
- 시장과 경쟁사가 지금 무슨 말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조사한다
- 고객 인터뷰나 설문으로 실제 인식을 확인한다
- 경쟁사와 다르게 서는 자리, 포지셔닝 문장을 정한다
- 어떤 톤으로 어떤 순서로 말할지 브랜드 전략 방향을 짠다
- 네이밍이 필요하면 실제 이름이 아니라 방향까지 잡아준다
여기서 끝난다. 로고 시안도, 컬러 팔레트도, 패키지 목업도 안 나온다. 컨설팅 계약서에서 "산출물"란을 찾아보면 전부 문서 이름이다. 계약 전에 그 란부터 확인하면 상담 자리에서 헛걸음이 줄어든다.
진단이 먼저, 디자인이 나중이어야 하는 이유
순서가 바뀌면 문제가 생긴다. 로고부터 만들고 포지셔닝을 나중에 붙이면, 전략이 디자인을 이끄는 게 아니라 이미 나온 디자인에 전략이 이유를 붙이는 꼴이 된다. 컨설팅과 디자인을 두 회사에 나눠 맡길 계획이면 순서는 이렇다.
- 컨설팅 회사가 진단과 포지셔닝 문서를 만든다
- 그 문서를 브리프로 디자인 회사에 넘긴다
- 디자인 회사가 브리프를 시각으로 옮긴다
중간에 순서를 바꿔서 디자인 시안을 먼저 받아본 다음 컨설팅으로 근거를 채우는 회사도 있다. 결과물이 예쁠 수는 있어도, 왜 이 색이고 왜 이 형태인지 물으면 대답이 궁색해진다.
나눠 맡길 때 브리프에서 자주 빠지는 것
"젊고 신뢰감 있게" 같은 문장만 넘어가면 그건 브리프가 아니라 형용사다. 디자인 회사는 그 형용사를 자기 방식대로 다시 해석하고, 컨설팅 회사가 잡아둔 방향과 결과물이 어긋난다. 컨설팅 산출물에 반드시 들어가야 할 세 가지가 있다.
- 타겟이 누구인지, 인구통계 말고 이 사람이 지금 뭘 고민하는지
- 경쟁사와 정확히 뭐가 다른지, 문장으로 쓸 수 있어야 한다
- 톤을 판단할 기준, 이 표현은 되고 저 표현은 안 되는 이유
이 세 가지가 문서에 없으면, 디자인 회사에 브리프를 넘겨도 다시 물어보는 전화가 온다. 그 전화 한 통이 일정을 일주일 늦춘다.
사진 · Sora Shimazaki · Yan Krukau · cottonbro studio · Pavel Danilyuk · Monstera Production (Pexel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