톤앤매너라고 하면 보통 무드보드부터 떠올린다. 마음에 드는 사진을 모으고, 색 몇 개를 뽑고, 옆에 "따뜻하고 세련된 느낌"이라고 적는다. 그런데 이렇게 만든 톤앤매너는 사람이 바뀌는 순간 무너진다. 새 디자이너나 새 SNS 담당이 같은 무드보드를 보고도 전혀 다른 결과물을 낸다. 이미지는 읽는 사람마다 해석이 달라서 기준 노릇을 하기 어렵다.
톤앤매너가 흔들리는 원인은 형용사다
"따뜻한", "모던한", "신뢰감 있는" 같은 말에는 누구나 동의하지만, 이 말들은 아무것도 정해 주지 않는다. 따뜻함을 디자이너는 베이지 배경으로, 카피라이터는 반말로, 사진가는 역광으로 읽는다. 셋 다 틀리지 않았는데 셋을 한자리에 모으면 브랜드가 세 갈래로 보인다.
그래서 톤앤매너는 행동으로 적는다. 이 브랜드가 무엇을 하고 무엇을 하지 않는지 적어 두면, 글을 쓰는 사람과 색을 고르는 사람이 같은 문장을 놓고 판단할 수 있다.
톤앤매너를 문장 세 개로 적는 법
문장마다 맡은 일이 다르다.
- 누구에게 어떤 사이로 말하는가: "우리는 처음 가게를 연 사장님에게, 옆자리 선배처럼 말한다."
- 무엇을 하는가: "우리는 결론을 먼저 말하고, 숫자로 보여 준다."
- 무엇을 하지 않는가: "우리는 느낌표와 유행어를 쓰지 않고, 모르는 것을 아는 척하지 않는다."
세 번째 문장이 가장 쓸모 있다. 하지 않는 것을 적어 두면 판단이 빨라진다. 시안을 앞에 두고 "이게 우리다운가"를 놓고 길게 토론할 필요 없이, 금지한 것을 했는지만 보면 된다.
다 쓴 문장은 한 번 시험한다. 경쟁사 이름을 넣어도 말이 되면 그 문장은 아직 우리 것이 아니다. "고객을 먼저 생각한다"는 어느 회사든 쓸 수 있다. "주문 확인 문자에 이모지를 넣지 않는다"처럼 우리가 실제로 지키는 행동이 들어가야 한다.
글·사진·색을 그 문장 옆에 놓고 맞춰 보는 법
문장을 정했으면 지금 밖에 나가 있는 것들을 옆에 놓는다. 최근 게시물 몇 개, 홈페이지 첫 화면, 상세페이지 하나면 시작하기에 충분하다.
- 글: 소리 내어 읽는다. 첫 문장에서 정한 상대에게 정한 사이로 말하고 있는지 듣는다. 느낌표를 빼기로 했다면 개수를 센다.
- 사진: 문장을 사진의 조건으로 바꿔 본다. 결론을 먼저 말하기로 했다면 제품이 화면에서 바로 보여야 한다. 분위기 사진만 연달아 올라가 있다면 어긋난 것이다.
- 색: 색은 목소리의 크기다. 차분하게 말하기로 한 브랜드가 게시물마다 강조색을 넓게 깔면 소리를 지르는 셈이 된다. 한 화면에서 강조색이 몇 군데에 쓰였는지 본다.
어긋난 곳을 찾으면 대개 결과물을 고친다. 같은 어긋남이 자꾸 나온다면 문장이 현실과 맞지 않는 것이니 그때는 문장을 고친다. 맡은 팀이 여럿일수록 이 세 문장이 공통 기준 노릇을 한다. 킬슨은 브랜딩·패키지·웹을 모듈로 나눠 병렬로 굴린다.
사진 · Leeloo The First · Fiona Murray · cottonbro studio · Cup of Couple · Eva Bronzini (Pexel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