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딩 업체를 고를 때 포트폴리오부터 넘겨본다고들 아는데, 정작 계약 뒤에 문제가 생기는 자리는 포트폴리오가 아니라 견적서다. 로고가 마음에 들어서 계약했는데 수정이 안 되고, 원본 파일을 못 받고, 담당자가 바뀌어도 항의할 근거가 없는 식이다. 이런 문제 대부분은 계약 전에 견적서 몇 줄만 읽었어도 피할 수 있었다. 견적서에서 먼저 봐야 할 건 총액이 아니라 그 안에 뭐가 적혀 있고 뭐가 빠졌는지다.
견적서에 수정 횟수가 없으면 그게 신호다
로고 시안을 2회까지 수정해 주는지 무제한인지, 견적서에 숫자로 안 적혀 있으면 나중에 그 자리에서 정해진다. 300만원짜리 견적과 3,000만원짜리 견적이 갈리는 지점 중 하나가 이 숫자다. 수정 1회당 추가 비용을 매기는 곳도 있고, 초안 3개 중 하나를 고른 뒤 그 안에서만 다듬는 곳도 있고, 방향 자체를 다시 잡는 재작업은 별도 견적이라고 못 박는 곳도 있다. 견적서를 받으면 몇 번까지, 어디까지 고칠 수 있는지 먼저 묻는다. 대답이 애매하면 계약서에 숫자로 넣어달라고 요청한다. 말로만 "넉넉하게 해드려요"라고 하는 곳은 나중에 그 넉넉함의 기준이 회사 쪽에 있다.
일정표엔 날짜보다 책임자를 본다
일정표에 "3주차 로고 확정"이라고만 적혀 있으면 그 확정을 누가 하는지 모른다. 대표가 직접 보고 도장 찍는지, 실무 디자이너 재량으로 넘어가는지에 따라 결과물이 완전히 달라진다. 담당자 이름과 연락 방식이 계약서에 없는 견적서는 담당자가 프로젝트 중간에 바뀌어도 항의할 근거가 없다. 인원이 여럿인 회사일수록 이 부분이 흐려지기 쉽다. 담당 디자이너와 최종 승인자가 같은 사람인지도 확인해 둔다.
원본 파일과 저작권, 누가 갖는지 계약서에 못 박는다
로고를 받았는데 ai·psd 원본 없이 png 한 장만 온 사례는 드물지 않다. 저작권 양도 조항이 없으면 그 로고를 간판에, 굿즈에, 앱 아이콘에 쓸 권리가 어디까지인지 모호해진다. 저작권 귀속과 원본 파일 제공은 법으로 자동 보장되지 않는다. 계약서에 명시된 것만 받는다. "저작권은 발주자에게 귀속한다"는 문장 하나가 있는지 없는지로 나중에 그 로고를 마음대로 쓸 수 있는지가 갈린다.
납품물 목록이 시안 PDF로 끝나면 다시 받는다
견적서 맨 아래 납품물 항목을 본다. 로고 파일 형식(ai, eps, svg, png), 컬러 코드(CMYK, RGB, 팬톤), 가이드라인 문서까지 적혀 있는지 확인한다. "브랜드 가이드라인 1부"라고만 써 있으면 표지 한 장짜리도 가이드라인이다. 몇 페이지에 무엇이 들어가는지, 명함이나 간판 시안까지 포함되는지 견적서 단계에서 구체적으로 물어본다. 나중에 물으면 그때부터는 추가 비용이다.
사진 · RDNE Stock project · Alena Darmel · Leeloo The First · Hanna Pad · Masood Aslami (Pexel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