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딩 견적서를 처음 받아본 사람은 대부분 당황한다. 로고 하나에 왜 이렇게 많은 항목이 붙어 있을까. 브랜딩 비용을 로고 디자인비로 알고 있으면 견적서를 오독한다. 로고는 산출물 중 하나일 뿐이고, 그 앞뒤로 리서치·네이밍·시스템·응용물이 각각 따로 붙는다. 항목을 모르면 이 가격이 왜 나왔는지 판단할 방법이 없고, 항목을 알면 어디를 줄여도 되는지도 보인다.
항목은 이렇게 나뉜다
브랜딩 프로젝트는 보통 아래 항목으로 쪼개진다.
- 리서치: 경쟁사·시장·타깃을 조사해 브랜드가 설 자리를 찾는 일
- 네이밍: 이름과 슬로건을 짓고 상표 등록 가능 여부까지 확인하는 일
- 로고·BI(Brand Identity): 심볼과 워드마크를 그리는 일
- 시스템: 컬러·타이포·그리드 규정을 정리한 가이드북
- 응용물: 명함·패키지·사이니지·SNS 템플릿처럼 실제로 쓰는 물건
견적서가 이 항목을 나눠 적었다면 돈이 어디에 몰렸는지 바로 보인다. "브랜딩 패키지 일체"라고만 뭉뚱그려 적혀 있으면 항목별로 다시 나눠 달라고 요청할 만하다.
뺄 수 있는 것과 못 빼는 것
모든 브랜드가 다섯 항목을 다 필요로 하지는 않는다. 막 시작한 카페라면 리서치를 얕게 하고 응용물을 명함·패키지 정도로 좁혀도 된다. 반대로 여러 매장을 동시에 여는 프랜차이즈라면 시스템을 얇게 만들었다가 매장마다 색과 폰트가 제각각으로 벌어진다. 매장 다섯 곳이 각자 다른 인쇄소에서 명함을 뽑으면 로고 색부터 어긋난다. 뺄 항목은 브랜드를 몇 곳에서 몇 명이 계속 쓸 것인가로 정한다. 혼자 쓰면 가이드북 없이도 버틴다. 여러 사람이 나눠 쓰면 가이드북이 없을 때 브랜드가 새어나간다.
패키지가 항목별 합계보다 싼 이유
항목을 따로 계약하면 회의·리서치·컨펌 절차가 계약마다 새로 붙는다. 로고를 한 업체에서, 응용물을 다른 업체에서 만들면 두 팀 모두 브랜드를 처음부터 설명받아야 한다. 한 팀이 처음부터 끝까지 맡으면 이 반복 비용이 줄어 패키지 총액이 항목별 합계보다 낮게 나오는 경우가 많다. 낮다고 항목이 사라진 건 아니다. 견적서 안에 항목이 접혀 들어가 있을 뿐이니 견적서를 받으면 패키지 구성도 항목 단위로 펼쳐 달라고 물어보면 된다.
견적서에서 확인할 세 가지
- 시안은 몇 차까지 포함인가. 1차만 포함이면 2차부터 추가 비용이 붙는다
- 수정 횟수 제한이 있는가. 무제한인지 n회인지
- 저작권과 원본 파일이 넘어오는가. 넘어오지 않으면 나중에 재작업을 못 한다
시세는 업체마다 다르다. 법정 기준이 없어 당사자가 정한다. 그래서 같은 항목이라도 회사마다 부르는 값이 몇 배씩 차이 난다. 비교할 때는 총액이 아니라 항목과 조건을 맞춰 놓고 봐야 한다.
사진 · https://kaboompics.com/ · Mikhail Nilov · Pavel Danilyuk · Mikhail Nilov · Mizuno K (Pexel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