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브랜드를 새로 만든다고 하면 용기부터 새로 개발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시장에 나온 화장품 상당수는 이미 있는 기성 용기에 라벨과 뚜껑만 바꿔서 나온다. 용기를 처음부터 새로 만드는 건 브랜드 초반에는 오히려 발목을 잡는 선택이 될 수 있다. 첫 물량을 내놓기도 전에 자금과 시간을 금형에 다 쓰고 나면, 정작 라벨과 마케팅에 쓸 여력이 줄어든다.
금형부터 파면 브랜드 출시가 늦어진다
화장품 용기를 새로 설계하려면 전용 금형을 만들어야 한다. 금형을 만드는 데는 개발과 검수까지 수개월이 걸리고, 초기 비용도 적지 않게 들어간다. 정확한 금액은 용기 형태와 소재, 생산 업체에 따라 크게 갈려서 정가가 없다. 업체 여러 곳에서 견적을 받아 비교하는 수밖에 없다. 금형을 새로 파면 그 값을 회수해야 하는 만큼 최소 주문 수량도 같이 올라간다. 수량을 다 못 채우면 재고가 그대로 남는다. 출시일을 먼저 정해놓고 금형 일정에 맞추려다 오히려 출시가 밀리는 경우도 흔하다.
기성 용기는 라벨과 뚜껑으로 인상을 바꾼다
기성 용기를 쓴다고 브랜드가 흔해 보이는 건 아니다. 같은 유리병이라도 라벨 소재를 크라프트지로 바꾸면 자연스러운 인상이 되고, 반투명 필름으로 바꾸면 반대로 깔끔한 인상이 된다. 뚜껑도 펌프, 스포이드, 스크류 캡 중 어떤 걸 다는지에 따라 손에 쥐었을 때 느낌이 달라진다. 로고를 인쇄하지 않고 각인이나 엠보싱으로 새기면 같은 용기에서도 다른 질감이 나온다. 몸통 색을 투명, 유백색, 갈색 중 무엇으로 고르는지도 인상을 크게 가른다. 라벨과 뚜껑, 색상 조합만 바꿔도 한 종류의 기성 용기로 여러 브랜드 톤을 만들 수 있다.
기성 용기를 고를 때 내용물부터 맞춘다
기성 용기를 고를 때 흔히 저지르는 실수는 디자인만 보고 고르는 것이다. 내용물의 점도부터 확인해야 한다. 묽은 토너는 펌프나 스프레이가 맞고, 되직한 크림은 입구가 넓어 스파출라를 쓸 수 있는 용기가 맞다. 스포이드는 오일이나 세럼처럼 소량씩 덜어 쓰는 제형에 맞는다. 빛에 약한 성분이 들어가면 갈색이나 코발트색처럼 차광이 되는 용기를 골라야 하고, 투명 용기를 쓰려면 성분 자체가 빛에 안정적인지 먼저 봐야 한다. 재고가 꾸준히 나오는 용기인지, 같은 업체에서 계속 같은 색과 두께로 찍어내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단종되면 라벨과 패키지 디자인을 처음부터 다시 맞춰야 한다.
사진 · Iryna Velychko · ROMAN ODINTSOV · Carlos Diaz · Nora Topicals · alleksana (Pexel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