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전시 부스라 하면 크고 화려한 조형물부터 떠올린다. 그런데 부스가 크다고, 구조물이 화려하다고 사람이 서는 건 아니다. 전시장 통로에서 실제로 눈이 머무는 시간은 3초 안팎이다. 이 3초 안에 뭘 파는 곳인지 읽히지 않으면, 부스가 아무리 커도 그냥 지나가는 배경이 된다.
멀리서 보이는 한 줄이 로고보다 먼저다
로고만 크게 걸어서는 3초 안에 안 읽힌다. 로고는 브랜드 이름이지 무엇을 파는지 설명하지 않는다. 통로 반대편에서도 읽히는 한 줄 문구가 로고보다 먼저 눈에 들어와야 한다. 이 문구는 제품명이 아니라 방문객이 얻는 것으로 적는다. "AI 물류 솔루션"보다 "배송비 줄이는 법" 쪽이 발을 세운다. 글자 높이는 통로 폭과 천장 높이에 따라 갈리고, 정해진 법정 기준은 없어서 부스마다 담당자가 직접 재서 정한다. 색은 배경과 대비를 크게 벌려야 조명 아래서도 묻히지 않는다.
동선은 들어오는 사람과 지나가는 사람부터 나눈다
부스에 발을 들이는 사람과 그냥 스쳐 지나가는 사람은 처음부터 길이 다르다. 입구를 넓게 열고 그 안쪽에 시연대나 상담 테이블을 두면 발걸음이 자연스럽게 안으로 꺾인다. 반대로 입구에 배너나 집기를 세워 시야를 막으면, 지나가는 사람은 안을 들여다보지도 않고 지나친다. 통로 쪽 폭은 넓게 열고, 상담이 이뤄지는 자리는 안쪽 깊숙이 둬야 이미 관심 있는 사람과 그냥 지나가는 사람이 부딪히지 않는다.
서서 볼 자리와 앉아서 볼 자리는 다르다
사람은 선 채로 3초를 쓰고, 앉으면 3분을 쓴다. 이 둘을 같은 자리에 두면 서서 보려는 사람이 상담 테이블을 지나쳐야 해서 발길을 돌린다. 제품을 눈으로 훑는 자리는 통로에 붙이고, 실제 상담이나 시연은 그 뒤로 물려야 한다. 시연 장비 하나에 사람을 여럿 세우면 뒷사람은 화면이 안 보여 이탈한다. 시연대는 두세 명 단위로 쪼개 여러 곳에 두는 편이 한 곳에 몰아넣는 것보다 체류 시간을 늘린다.
목공보다 그래픽에 먼저 쓴다
부스 예산을 짤 때 구조물부터 견적을 받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3초 안에 읽히는 문구와 색은 그래픽 몇 장으로 정해지고, 조형물은 그 문구를 세우는 받침대 역할이다. 구조물에 예산 대부분을 쓰고 그래픽을 나중에 붙이면, 자리마다 남는 면적에 문구를 억지로 끼워 넣게 된다. 순서를 반대로 해서 문구와 배치를 먼저 정하고 그 뒤에 구조물 규모를 맞추면, 같은 예산으로도 눈에 걸리는 면이 넓어진다. 그래픽과 구조물에 예산을 얼마씩 나눌지는 업종과 전시장마다 달라 정해진 비율은 없다. 목표 방문객 수와 통로 폭을 보고 담당자가 그때그때 정한다.
사진 · GB The Green Brand · Matheus Bertelli · Matheus Bertelli · Matheus Bertelli · Matheus Bertelli (Pexel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