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 라벨 디자인은 로고와 색부터 정하고 표시사항은 나중에 끼워 넣는 순서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는 반대로 가야 한다. 식품이든 화장품이든 표시사항은 법이 정한 항목과 표기 방식을 따라야 하고, 디자인은 그 항목을 뺀 나머지 자리에서 시작한다. 예쁜 시안을 먼저 만들고 표시사항을 나중에 끼워 넣으면, 자리가 모자라 다시 인쇄하는 일이 생긴다. 인쇄까지 끝낸 뒤에 발견되면 손실은 디자인 단계에서 잡는 것보다 훨씬 커진다.
표시사항을 먼저 정하는 이유
라벨은 두 가지 역할을 맡는다. 하나는 무엇을 파는 제품인지 알리는 표시, 다른 하나는 브랜드를 드러내는 디자인이다. 표시사항은 식품위생법, 화장품법처럼 개별 법이 항목과 표기 방식을 정해 두고, 빠뜨리면 회수나 과태료로 이어진다. 디자인 쪽은 그보다 자유롭다. 자유로운 쪽을 먼저 정하고 법이 정한 쪽을 나중에 끼워 맞추면, 완성된 시안에 표시사항이 억지로 들어가면서 여백이 깨지고 재작업이 생긴다. 순서를 바꾸는 것만으로 이 문제는 대부분 사라진다.
품목마다 넣어야 할 항목이 다르다
식품이라면 제품명, 식품유형, 업소명과 소재지, 소비기한, 내용량, 원재료명, 알레르기 유발물질, 영양성분, 보관방법이 표시 대상에 들어간다. 화장품이라면 명칭, 영업자 상호, 제조번호, 사용기한, 내용물의 용량, 전성분, 사용할 때 주의사항이 들어간다. 품목별로 빠지거나 더해지는 항목이 있어서, 라벨을 그리기 전에 해당 품목의 표시 기준부터 확인해야 한다. 식품과 화장품을 함께 다루는 브랜드라면, 품목마다 표시 기준을 따로 정리해 두는 쪽이 새 라벨을 만들 때마다 처음부터 다시 찾아보는 일을 줄인다.
글자 크기와 위치는 디자이너가 정하지 않는다
표시사항의 최소 글자 크기와 배치 위치는 품목별 고시가 따로 정한다. 포장이 작을수록, 표시 항목이 많을수록 기준이 까다로워진다. 정확한 수치는 품목마다 달라 디자이너 판단으로 줄이거나 옮길 수 없다. 인쇄소에 넘기기 전에 해당 품목의 최신 고시를 대표나 인허가 담당자가 직접 확인해야 한다. 기준에 못 미치는 라벨은 판매 단계에서 시정 요구를 받을 수 있고, 이미 찍어 둔 물량은 그대로 버려야 하는 경우도 있다.
표시 자리를 비우고 나서 디자인을 앉힌다
실무에서는 라벨 전체 면적을 먼저 그려 놓고, 법정 표시사항이 차지할 자리를 글자 크기와 줄 수까지 고정한 블록으로 비워 둔다. 그다음 남은 자리에 로고, 일러스트, 색을 배치한다. 브랜드 요소가 표시사항 블록을 침범하지 않도록 처음부터 여백을 나눠 두면, 시안이 몇 번 바뀌어도 표시사항을 다시 계산할 필요가 없다. 표시사항 블록의 위치와 크기를 문서로 남겨 두면, 다음 제품 라벨을 만들 때도 같은 틀을 그대로 가져다 쓸 수 있다.
사진 · Makrufin Muhammad · Amine Kübranur Çakıroğlu · cottonbro studio · Mcdull Mc · Arturo A (Pexel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