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브랜딩 스튜디오 견적을 두세 곳에서 받아본 사람은 이 상황을 안다. 로고 하나 만드는 데 어떤 곳은 300만원, 어떤 곳은 3,000만원을 부른다. 보통 이걸 바가지로 해석한다. 그런데 견적서를 나란히 펼쳐보면 바가지가 아니라 서로 다른 일을 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견적서에 적힌 게 사실 다른 상품이다
300만원짜리 견적서를 열어보면 로고 파일과 색상 가이드 한 장이 전부인 경우가 흔하다. 3,000만원짜리에는 로고 외에 브랜드 가이드북, 명함과 봉투 시안, 간판 시안, 패키지 목업까지 들어 있다. 두 견적서 다 '로고 디자인'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어서 같은 걸 비교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산출물 개수가 다섯 배, 열 배 차이 나기도 한다. 견적을 비교할 때 가장 먼저 할 일은 총액이 아니라 산출물 목록을 줄 단위로 맞춰보는 것이다.
인건비가 견적의 뼈대다
브랜딩 견적은 재료비가 아니라 시간당 인건비를 쌓아 만든다. 기획부터 시니어 디렉터가 붙는 팀과, 주니어가 시안을 여러 개 그리고 대표가 마지막에 한 번 확인하는 팀은 같은 로고 하나를 두고도 투입 시간이 다르게 잡힌다. 여기에 외주 일러스트레이터나 캘리그래퍼가 붙으면 그 인건비도 더해진다. 두 견적서의 총 작업 시간이 비슷해 보여도, 그 시간을 채운 사람의 연차가 다르면 결과물의 완성도와 이후 수정 대응 속도가 갈린다. 견적서에 인력 구성이 안 적혀 있다면 물어봐야 하는 항목이다.
수정 횟수가 계약서 몇 줄에서 갈린다
저가 견적일수록 수정 횟수 제한이 빡빡하다. 시안 1개 제시, 수정 1회, 그 이상은 추가 비용이라는 식이다. 반대로 고가 견적은 방향 자체를 두세 번 바꿔도 계약 범위 안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실제 작업에서 첫 시안이 그대로 채택되는 일은 드물다. 방향을 잡는 초반 수정과 색상 하나를 바꾸는 후반 수정을 같은 '1회'로 계산하는 곳도 있고, 방향 수정은 무제한으로 두되 색상·서체 미세조정만 별도 과금하는 곳도 있다. 그래서 견적서 하단에 작게 적힌 '수정 2회 초과 시 회당 얼마' 같은 문구가 최종 비용을 좌우한다.
견적을 나란히 놓고 확인할 것
- 산출물 목록이 항목별로 같은가. 로고만인지 가이드북까지인지
- 투입 인력 등급이 적혀 있는가. 시니어인지 주니어인지
- 수정 횟수와 초과 비용이 명시돼 있는가
- 파일 형식이 실무에 쓸 수 있는가. jpg만인지 ai·eps 원본까지 주는지
이 네 가지는 법으로 정해진 기준이 없어서 계약서에 뭐라고 적혀 있느냐가 전부다. 참고로 킬슨은 브랜딩·패키지·웹을 모듈로 나눠 필요한 것만 병렬로 진행한다.
사진 · Elina Volkova · Elina Volkova · Yena Kwon · Mikhail Nilov · https://kaboompics.com/ (Pexel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