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공연장 로고는 선 하나만 두고 전부 그대로다.
벨기에 헨트의 공연장 De Bijloke 는 유럽에서 손꼽히는 음악 공간이다. 중심 공연장 지붕은 1251년 병원으로 지어진 참나무 구조물이며, 큰 복원과 음향 설계를 거쳐 지금의 공연장이 됐다. 26/27 시즌을 앞두고 새 관객도 끌고 기존 관객도 지킬 브랜드를 Pentagram 런던 사무소에 맡겼다.
결과물을 들여다보면 로고 옆에 따라붙는 선 하나만 정해진 모양이 없다. 공개된 작업 사진 속에는 선 그림을 만드는 전용 프로그램이 있다. 스크린에는 FLOW, ELASTICITY, NOISE, SPEED 같은 값이 늘어서 있고, 값을 조금만 바꿔도 리본 같은 선이 전혀 다른 모양으로 나온다. 로고 옆에 따라붙는 리본 선은 사람이 하나하나 그린 게 아니라 이 프로그램이 뽑아낸 그림이다.
재즈 프로그램 간판에는 보라색 선이 고리처럼 겹겹이 엉키고, 가족 프로그램 티셔츠에는 연두색 선이 꽃송이 모양으로 뭉친다. 앨범 커버에서는 같은 선이 주황색 리본이 되고, 턴테이블 레이블 한가운데에도 작게 찍혀 있다. 대신 deBijloke 라는 글자체와 크기, 놓인 위치는 어디서나 똑같다. 로고 디자인에서 안 바뀌는 건 모양이 아니라 모양을 만드는 규칙이다.
모양 하나를 정하는 대신 모양을 만드는 규칙을 세웠다. 규칙만 지키면 선은 매번 달라져도 브랜드는 흔들리지 않는다. 리브랜딩이나 브랜드 전략을 짤 때 워드마크를 고정하지 않고 변하는 규칙부터 정할 수도 있다.
규칙으로 브랜드를 지키는 법은 저장해 둘 만하다.
8번 장 광고판에서는 선이 공연자 얼굴은 안 가리고 테두리만 감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