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 브랜드가 안경 대신 그림자를 드리웠다.
덴마크 안경 브랜드 린드버그가 이탈리아 작가 파브리치오 코르넬리와 함께 설치 작품을 만들었다. 제목은 'Enigma of Vision'이며, 9월 24일 뉴욕 아모리쇼에서 먼저 열렸다. 11월 10일부터는 같은 작품이 상하이 웨스트 번드 아트 앤 디자인에서도 열린다.
작품 이름은 '시드(Seed)'다. 벽에 걸린 조명 다섯 개는 전구를 숨긴 채 아래로 둥근 빛 웅덩이를 하나씩 만든다. 그 빛 안에는 린드버그 안경테 하나가 실에 매달려 그림자를 드리운다. 같은 모델, 같은 조명인데 다섯 개 그림자는 전부 다른 모양이다.
린드버그는 날카롭고 건축적인 설계로 브랜드 얼굴을 세운 곳이다. 다른 안경 브랜드와는 그 설계로 구별된다. 예술 후원도 꾸준히 이어왔고, 이번 전시도 그 브랜드 전략의 연장이다. 같은 자료 속 다른 사진에서는 안경 쓴 남자가 들쭉날쭉한 검은 판을 세로로 들고 있다. 판에 가린 반쪽 얼굴은 어둠에 묻히고, 빛을 받은 반쪽만 또렷하다.
안경을 그대로 보여주는 대신, 안경이 만드는 그림자를 보여줬다. 물건을 숨겨야 물건이 만든 결과가 더 크게 보일 때가 있다. 우리 브랜드 물건이 아니라 물건이 남기는 흔적을 먼저 보여주면 어떨까. 그 흔적부터 설계하면 물건은 자연히 뒤에 서게 된다.
그림자로 제품을 설명하는 법은 저장해 둘 만하다.
6번 장 벽 그림자는 사람보다 몇 배나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