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나 아트북을 바나나 상자에 그대로 담았다.
스튜디오 트리켄이 자비로 바나나 아트북을 냈다. 학생과 신진 일러스트레이터부터 이름난 디자인 스튜디오까지, 백 명 넘는 작가를 불렀다. 책은 흰 상자에 초록 글자로 인쇄돼 왔는데, 진짜 바나나 유통 상자와 똑같이 생겼다. 손글씨로 쓴 'BANANAS' 로고를 넣고, 잘 익은 바나나에 붙는 동그란 스티커처럼 '2026'이라는 숫자를 새겼다.
안에 실린 그림은 서로 닮은 구석이 없다. 루시 하모니 그라임스는 바나나 껍질 위에 광고 스티커 문구를 콜라주로 늘어놓았고, 닉 올로는 바나나 머리를 한 캐릭터를 자전거 폴로 클럽에 태웠다. 루이루이는 같은 과일의 윤곽을 그래픽 디자인 표처럼 분해했고, 메아조는 그 옆에서 낙서 같은 얼굴을 그렸다. 크리스 하난은 바나나를 줄무늬 도형으로 다시 그렸다. 앙토냉 포렐은 같은 과일을 손글씨 타이포그래피로 그렸다.
그림만 있는 책이 아니다. 도판 앞에는 바나나의 역사를 다룬 에세이를 실었다. 카르나타카 첸나케사바 사원 천장에 거꾸로 된 바나나 꽃이 조각돼 있다는 대목도 있다. 조형 작가 에글레 즈비르블리테와는 따로 인터뷰를 실었는데, 제목이 '지극히 상징적이고, 몹시 유머러스하다'였다. 차례만 봐도 한 면에 이름이 서른 개 넘게 적혀 있다.
같은 사물 하나를 백 명에게 똑같이 던졌는데, 여기 소개한 그림만 봐도 방식이 다 달랐다. 브리프를 넓히는 대신 좁혀보는 방법도 있다. 다들 아는 사물 하나로 제한하면 오히려 답이 다양해진다. 일러스트레이션이나 브랜딩 작업에 레퍼런스가 필요하면 저장해 둘 만하다.
4번 장 차례를 보면 페이지 번호가 다 붙어 있지 않다. 117, 131, 136부터 137, 146부터 149, 153부터 155가 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