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가이드라인 예시를 찾아보면 다들 로고 크기표, 색상 코드, 폰트 이름이 나온 페이지부터 스크랩한다. 검색해서 열 개를 받아 표지 다음 몇 장만 보고 닫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그 페이지들은 사실 어느 회사나 똑같이 생겼다. 진짜 차이는 뒤쪽, 아무도 안 넘기는 이렇게 쓰지 마세요 페이지에서 난다.
로고 사용 규정집 페이지는 다 똑같다
로고 최소 크기, 클리어 스페이스(로고 주변 여백), 컬러 코드는 어느 브랜드 가이드라인을 열어도 형식이 거의 같다. 규격 정보라 그럴 수밖에 없다. 클리어 스페이스를 로고 높이의 절반으로 두든 전체로 두든, 결과는 숫자 하나 차이일 뿐이다. 캡처해두는 건 좋지만 여기서 시간을 다 쓰면 남는 게 없다. 이건 우리도 있어야 하는 것 목록이지 배울 것은 아니다.
잘 만든 가이드는 금지 페이지가 더 두껍다
좋은 예시를 고르는 기준은 하나다. 로고를 비틀거나 색을 바꾸거나 그림자를 넣은 틀린 예 페이지가 몇 장인가. 이 페이지가 얇으면 디자이너 혼자 보라고 만든 문서다. 두꺼우면 마케팅팀, 인쇄소, 대리점까지 나눠 쓰라고 만든 문서다.
- 로고에 그라데이션·테두리·그림자를 넣은 예
- 지정색이 아닌 색으로 인쇄한 예
- 로고를 늘리거나 회전한 예
- 다른 텍스트와 겹쳐 배치한 예
- 배경 사진 위에 그대로 올린 예
이 목록이 구체적일수록 실제로 현장에서 사고가 났던 회사다. 겪어보지 않은 회사는 이런 목록을 못 쓴다. 항목 하나하나가 어디선가 실제로 잘못 나간 인쇄물이나 배너였다는 뜻이다.
여백 규칙은 숫자로 적힌 것만 지켜진다
적당히 띄운다고 적힌 가이드라인은 지켜지지 않는다. 로고 높이를 기준 단위(x)로 잡아서 사방에 x만큼 비운다는 식으로 숫자를 박아둔 예시를 찾는다. 협력업체가 다른 나라, 다른 인쇄소여도 같은 숫자를 보고 같은 결과를 낸다. 가이드라인이 존재하는 이유가 이 재현성이다. 담당자가 바뀌어도, 외주 디자이너가 새로 붙어도 같은 결과가 나오게 하려고 숫자를 적어두는 것이다.
예시를 내 브랜드에 옮기는 순서
좋은 예시 서너 개를 찾았으면 베끼지 말고 순서만 가져온다.
- 우리 로고를 실제로 어떻게 잘못 쓰고 있는지 최근 자료부터 모은다(인쇄물, 명함, 협력사 자료)
- 그중 반복되는 실수 세 가지를 고른다
- 그 세 가지를 틀린 예와 맞는 예로 짝지어 넣는다
- 여백과 최소 크기를 숫자로 못박는다
- 남은 페이지는 그다음에 채운다
우리 팀이 실제로 저지른 실수부터 모으고 시작하면 가이드라인이 현장에서 진짜로 참고된다. 남의 가이드라인을 통째로 베끼면 우리 회사에서 안 벌어질 실수만 잔뜩 적히고, 정작 우리 팀이 매번 틀리는 지점은 빠진다.
사진 · Valeriia Miller · Beyza Efe · Daniel Wells · Victor Moragriega · Gül Işık (Pexel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