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값을 치렀으니 로고는 내 것이라고 믿는 사람이 많다. 아니다. 저작권법 제10조는 저작권이 만든 사람에게, 만든 순간 생긴다고 정한다. 돈을 준 사실은 저작권을 옮기지 않는다. 계약서에 양도한다는 문장이 없으면 디자이너가 저작권자고, 발주한 쪽은 그 로고를 써도 된다는 허락을 받은 사람일 뿐이다. 그 허락이 어디까지인지도 계약서에 없으면 분쟁 때 해석으로 정해진다.
사용권과 저작권은 다른 물건이다
저작권법은 두 길을 따로 둔다. 하나는 이용허락(제46조)이다. 저작권은 디자이너가 갖고, 발주한 쪽은 정해진 범위 안에서 쓴다. 기간, 매체, 지역을 제한할 수 있다. 다른 하나는 양도(제45조)다. 저작재산권 자체가 넘어온다. 넘어온 뒤에는 디자이너도 그 로고를 마음대로 쓰지 못한다.
여기서 하나 더 갈린다. 저작권은 저작재산권과 저작인격권으로 나뉘는데, 저작인격권은 만든 사람에게만 붙어 있어 양도가 안 된다(제14조). 이름을 밝힐 권리, 작품을 함부로 바꾸지 못하게 할 권리가 여기 들어간다. 그래서 재산권을 전부 받아도 로고를 변형할 때 걸릴 수 있다.
직원이 만든 로고라면 회사가 저작자가 된다(업무상저작물, 제9조). 외주 프리랜서나 스튜디오는 직원이 아니다. 외주 로고는 양도 문장이 없으면 디자이너 것이다.
양도 계약서에 넣어야 할 문장 네 개
- 「저작재산권 전부를 양도하며, 2차적저작물작성권을 포함한다」. 제45조 2항은 전부 양도라고 적어도 특약이 없으면 2차적저작물작성권은 빠졌다고 추정한다. 이 한 줄이 없으면 세로형, 단색, 앱 아이콘으로 바꿔 쓰는 권리가 흔들린다.
- 「디자이너는 성명표시권과 동일성유지권을 행사하지 않는다」. 인격권은 못 넘기니 행사하지 않겠다는 약속으로 막는다.
- 「양도 시점은 잔금 입금일로 하고, 원본 파일(ai·svg)과 함께 넘긴다」. 시점이 없으면 잔금 전에 쓴 홍보물이 문제가 된다.
- 「양도 등록에 협조한다」. 제54조에 따라 등록하지 않은 양도는 제3자에게 주장하지 못한다. 등록은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 한다.
네 문장 중 첫째가 가장 자주 빠진다. 「저작권 일체를 양도한다」라고만 쓴 계약서는 2차적저작물작성권을 두고 다툴 여지를 남긴다.
디자이너 포트폴리오는 따로 적는다
양도가 끝난 뒤 디자이너가 그 로고를 자기 포트폴리오에 올리면, 법으로는 남의 저작물을 복제하고 전시하는 일이 된다. 관행으로 넘어가지만 법정 기준이 없어 당사자가 정한다. 적지 않으면 어느 쪽도 할 말이 없다.
보통 이렇게 적는다. 디자이너는 자기 실적을 알리는 목적으로 결과물을 게시할 수 있다. 다만 브랜드가 공개되기 전에는 올리지 않는다. 계약서에 적힌 비밀 정보와 미채택 시안의 공개 여부는 따로 정한다. 포트폴리오 게시를 아예 막고 싶으면 그 조건을 먼저 말한다. 디자이너가 값을 다르게 부를 수 있다.
저작권을 받아도 상표권은 따로 생긴다
저작권은 만든 순간 생기지만, 상표권은 특허청에 출원해서 등록돼야 생긴다. 양도 계약서를 완벽하게 받아도 남이 비슷한 로고를 그 업종에 먼저 등록해 두었다면 쓰지 못할 수 있다. 글자만으로 된 단순한 로고는 창작성이 낮아 저작물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때는 상표권이 유일한 방어선이다.
순서는 이렇다. 시안 확정 전에 상표 검색, 확정 후 양도 계약, 잔금과 함께 원본 파일, 그다음 상표 출원. 킬슨은 브랜딩·패키지·웹을 모듈로 나눠 병렬로 굴린다.
사진 · RDNE Stock project · https://kaboompics.com/ · cottonbro studio · Mizuno K · Jakub Zerdzicki (Pexel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