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딩 계약서는 금액과 납기만 맞으면 된다고 여기기 쉽다. 어디서 받은 양식에 업체 이름과 금액만 바꿔 넣고 도장을 찍기도 한다. 그런데 브랜딩 작업에서 다툼이 생기는 자리는 대개 금액이 아니다. 로고를 다 받고 패키지 업체에 넘기려는데 원본 파일이 없을 때, 수정을 몇 번 했는지 서로 다르게 셀 때, 오픈 날짜가 밀렸는데 누구 탓인지 정하지 못할 때 싸움이 난다. 계약서에 문장 한 줄이 없어서 생기는 일들이다.
저작권이 넘어가는 시점과 넘어가는 범위
"저작권은 발주자에게 귀속한다" 한 줄로는 부족하다. 언제 넘어가는지가 빠지면 잔금을 치르기 전에 로고를 간판에 올려도 되는지부터 말이 갈린다. 잔금을 지급한 날 양도한다고 적으면 양쪽 다 기준이 생긴다.
범위도 적어야 한다. 저작권법 제45조는 저작재산권을 전부 넘기더라도 특약이 없으면 2차적저작물을 작성할 권리는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추정한다. 로고를 바꿔 캐릭터나 서브 로고를 만들 계획이 있다면 2차적저작물 작성권까지 넘긴다는 문장이 따로 있어야 한다. 성명표시권 같은 저작인격권은 법상 넘길 수 없다. 이 부분은 디자이너가 그 권리를 행사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넣는 식으로 정리할 수 있다.
원본 파일 목록과 수정 1회의 정의
납품물에 "로고 파일"이라고만 적어 두면 PNG 몇 장으로 끝나도 할 말이 없다. 받을 것을 이름으로 적는다.
- 벡터 원본(AI, SVG 등)과 사용한 서체 이름
- 인쇄용과 화면용 색상 값
- 채택된 시안의 작업 파일까지 받을지 여부
수정 횟수는 숫자보다 무엇을 1회로 세는지가 먼저다. 색 하나 바꾼 것도 1회인지, 한 번에 모아 보낸 피드백 묶음이 1회인지 적는다. 몇 회가 적당한지는 법정 기준이 없어 당사자가 정한다. 횟수를 넘겼을 때 회당 비용을 얼마로 할지도 함께 적어 두면 마지막 주의 금액 다툼이 줄어든다.
일정이 밀렸을 때 책임을 나누는 문장
브랜딩 일정은 디자이너 혼자 밀지 않는다. 발주자의 피드백이 늦거나 내부 결재가 길어지는 일도 흔하다. 그래서 "납기 ○월 ○일"만 적으면 늦어진 이유를 놓고 다투게 된다. 단계마다 발주자가 며칠 안에 회신할지 정하고, 회신이 늦어진 만큼 납기도 뒤로 미룬다는 문장을 넣는다. 디자이너 쪽 지연에 지체상금을 물릴지, 물린다면 얼마로 할지도 법정 기준이 없어 당사자가 정한다. 매장 오픈일처럼 못 미루는 날짜가 있다면 그 날짜를 계약서에 그대로 적는다.
포트폴리오 공개 여부와 공개 시점
디자이너는 작업을 공개해 다음 일을 받고, 발주자는 출시 전에 디자인이 밖으로 나가는 걸 원하지 않는다. 계약서에 아무 말이 없으면 출시 전에 디자이너 SNS에 신제품 패키지가 올라와도 막을 근거가 약하다. 아래 네 가지를 적어 둔다.
- 공개해도 되는지
- 언제부터 되는지(출시일 이후 등)
- 최종안만인지, 탈락 시안도 포함인지
- 클라이언트 이름을 밝혀도 되는지
사진 · Kampus Production · cottonbro studio · RDNE Stock project · Mikhail Nilov · Yan Krukau (Pexel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