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딩 스튜디오는 포트폴리오가 예쁜 곳을 고르면 실패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다. 아니다. 포트폴리오는 완성된 결과물만 보여준다. 그 결과물이 몇 번의 수정 끝에 나왔는지, 일정이 얼마나 밀렸는지, 저작권은 누구에게 남았는지는 포트폴리오에 없다. 예쁜 로고를 만든 곳도 견적서에 수정 횟수를 안 적고, 저작권 조항을 비워두고, 납품 파일 목록 없이 계약서를 넘기는 경우가 있다. 계약서를 받으면 디자인을 보기 전에 이 네 가지부터 넘겨본다.
견적서에서 뭐가 빠졌는지 본다
견적서에 총액만 있고 항목이 없으면 나중에 추가 비용이 붙는다. 로고, 컬러 시스템, 타이포그래피, 가이드북, 명함·봉투 같은 응용 디자인이 각각 항목으로 나뉘어 있는지 본다. 항목이 나뉘어 있어야 어디까지 이번 계약에 포함인지, 어디부터 추가 견적인지 나중에 다투지 않는다. 항목이 하나로 뭉쳐 있는 견적서는 작업 범위를 스튜디오 쪽 해석에 맡기겠다는 뜻이다.
- 항목별 단가가 적혀 있는가
- 수정 횟수가 항목마다 다르게 적혀 있는가
- 부가세 포함 여부가 명시돼 있는가
일정표는 숫자가 아니라 마디를 본다
"4주 완성" 같은 문구는 마디가 없으면 의미가 없다. 이름 확정, 로고 시안 1차, 컬러 확정, 가이드북 초안, 최종 납품처럼 중간 승인 지점이 날짜와 함께 적혀 있어야 한다. 마디가 없는 일정표는 스튜디오가 작업을 얼마나 진행했는지 중간에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뜻이다. 2주 차에 아무 승인 요청이 없다면, 4주라는 숫자는 첫날부터 지켜지지 않고 있는 셈이다.
수정 범위는 횟수보다 시점을 정한다
"수정 3회"라고만 적으면 어느 단계의 수정인지가 빠진다. 로고 시안 단계에서 세 번 고치는 것과, 완성된 가이드북을 세 번 고치는 것은 작업량이 다르다. 단계별로 수정 횟수를 나누고, 방향을 바꾸는 수정과 세부를 다듬는 수정을 다른 기준으로 두는지 확인한다. 이 기준이 계약서에 없으면 수정 한 번의 정의를 놓고 스튜디오와 발주처가 서로 다르게 세게 된다.
저작권과 납품 파일 목록을 계약서에 못박는다
계약서에 저작권 양도 조항이 없으면, 만든 쪽에 저작권이 남고 발주처는 쓸 권리만 받는 경우가 있다. 로고와 브랜드 자산을 완전히 넘겨받으려면 저작권 양도를 명시한 조항이 있어야 한다. 납품 파일도 마찬가지다. 원본 파일과 인쇄용 파일을 다 받는지, 시안 파일까지 받는지는 계약서에 적힌 목록으로만 확인된다. 목록 없이 "최종 파일 일체"라고만 적힌 계약서는 나중에 원본 파일을 요청할 때 근거가 없다. 킬슨은 브랜딩, 패키지, 웹을 모듈로 나눠 병렬로 진행하며, 계약서에 모듈별 저작권과 납품 파일 목록을 따로 적는다.
사진 · Artem Podrez · Hanna Pad · Pavel Danilyuk · Mizuno K · Eva Bronzini (Pexel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