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장 브랜딩을 맡기면 시안은 대개 검정 바탕에 형광 초록이나 형광 주황으로 돌아온다. 힘이 느껴지고 운동하는 곳처럼 보이니 무난하다고 여긴다. 그런데 지도 앱에서 우리 동네 헬스장 다섯 곳의 간판 사진을 나란히 놓아 보면 그 색이 어느 한 곳의 얼굴이 아니라 업종 표시라는 게 드러난다. 필라테스도 다르지 않다. 베이지 벽, 세이지 그린, 가는 세리프 로고가 겹치기 시작하면 회원은 이름보다 위치로 센터를 기억한다.
헬스장과 필라테스가 서로 닮아 가는 세 갈래
- 업종을 알리는 색과 우리를 구분하는 색을 한 자리에 쓴다. 검정과 네온은 여기가 헬스장이라는 설명이고, 그 설명은 간판 글자가 이미 하고 있다.
- 참고 이미지를 같은 데서 모은다. 해외 체인 사진과 이미지 검색 결과로 출발하면 시작점부터 같다.
- 공간, 옷, 종이를 따로 맡긴다. 인테리어 업체와 유니폼 쇼핑몰, 인쇄소가 각자 무난한 쪽을 고르면 결과는 업계 평균으로 모인다.
색은 회원이 운동하는 장면에서 고른다
색 견본보다 먼저 우리 센터에서 가장 자주 벌어지는 장면을 한 줄로 적는다. 새벽 여섯 시 출근 전 직장인이 30분 안에 끝내고 나가는 곳인지, 재활 끝난 회원이 트레이너 옆에서 천천히 기구를 익히는 곳인지에 따라 어울리는 색이 다르다. 앞쪽이라면 밝고 또렷한 색이 맞고, 뒤쪽이라면 눈이 덜 피로한 중간 톤이 맞을 수 있다.
주색을 정했으면 강한 색은 어디에만 쓸지 자리를 정한다. 네온을 아예 버릴 필요는 없다. 바닥 동선 표시나 타이머처럼 회원이 바로 봐야 하는 곳에만 남기면 그 색은 장식이 아니라 신호가 된다.
견본은 모니터가 아니라 실제 조명 아래에서 확인한다. 거울과 고무 바닥에 반사된 색은 화면에서 본 색과 다르게 보인다. 아침 자연광과 저녁 조명 아래에서 각각 한 번씩 견본을 벽에 대 본다.
공간, 유니폼, 회원증 순서로 맞추는 이유
바꾸기 어려운 것부터 정하고 쉬운 것이 따라가게 한다.
- 공간: 고무 바닥과 벽 마감재는 업체가 만드는 색 안에서 골라야 하고, 한 번 깔면 몇 년을 간다. 쓸 수 있는 색 목록을 먼저 받아 그 안에서 주색과 보조색을 고른다.
- 유니폼: 원단은 염색으로 낼 수 있는 색에 한계가 있다. 공간에서 정한 색 칩을 들고 원단 견본과 함께 운동 공간 조명 아래에서 비교한다. 트레이너 옷은 벽 앞에서 회원 옷과 구분돼야 한다.
- 회원증과 앱: 가장 싸고 빨리 바꿀 수 있다. 앞의 둘에서 실제로 나온 색에 맞춰 마지막에 정한다.
순서를 뒤집어 로고와 회원증 색부터 정하면, 그 색이 바닥재 목록에 없거나 원단에서 다른 색으로 나오는 일이 생긴다. 그러면 이미 찍은 회원증과 안내물을 다시 만들거나, 공간과 옷이 따로 노는 채로 문을 열게 된다.
사진 · foad shariyati · Ahmet Kurt · bamboo ave. · bamboo ave. · Ahmet Kurt (Pexel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