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패키지 디자인이라고 하면 예쁜 일러스트나 세련된 색 조합부터 떠올린다. 그런데 매대에 선 손님은 그림을 감상하러 온 게 아니다. 옆 칸 제품과 견주면서 살지 말지를 순식간에 정하는 사람이다. 디자인이 먼저 답해야 하는 질문은 "예쁜가"가 아니라 "뭔지 바로 알겠는가"다. 진열대 앞에서 상품 하나에 눈이 머무는 시간은 업계에서 흔히 3초 안팎이라고 말한다. 그 짧은 순간에 로고, 제품명, 소구점, 인증마크가 같은 크기로 경쟁하면 아무것도 안 남는다.
앞면이 답해야 하는 세 가지
앞면 하나에 담을 정보는 딱 셋이면 충분하다.
- 이 안에 뭐가 들었는지, 제품명과 식품 유형
- 다른 제품과 뭐가 다른지, 차별점 하나만. 두 개를 넣는 순간 위계가 무너진다
- 누가 먹는 건지, 타겟을 암시하는 색과 톤
셋을 다 우겨넣으려다 로고 옆에 캐릭터, 원료 강조 문구, 수상 이력까지 붙이면 정작 제품명 글자가 제일 작아지는 역전이 자주 일어난다. 우선순위를 정해두지 않으면 시안 회의마다 다들 자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요소를 하나씩 더 얹자고 한다.
표시사항이 디자인보다 먼저 자리를 잡는다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제품명, 식품유형, 소비기한, 내용량, 원재료명, 알레르기 유발 물질, 영업소 명칭과 소재지 같은 항목은 빠지면 안 된다. 글자 크기와 표시 위치에도 기준이 있다. 이 표시란을 앞면 레이아웃 다 짜놓고 남는 구석에 끼워 넣으려 하면 인쇄 직전에 앞면을 통째로 다시 짜야 하는 일이 생긴다. 순서를 반대로 잡아야 한다. 표시사항 자리부터 비워두고, 남는 공간으로 앞면 디자인을 푸는 쪽이 덜 돌아간다.
매대와 온라인 썸네일은 우선순위가 다르다
오프라인 매대에서는 실물 크기로 서 있으니 색과 재질감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온라인몰에서는 같은 패키지가 엄지손톱만 한 썸네일로 줄어든다. 이 크기에서는 앞서 정한 세 가지 중에서도 제품명 하나 말고는 거의 다 사라진다고 보면 된다. 매대용 시안 한 장으로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다 해결하려 하면, 둘 중 하나에서는 반드시 안 읽히는 자리가 생긴다. 처음부터 두 크기로 어떻게 줄어드는지 확인하면서 잡는 편이 낫다.
뺄 것, 자리만 차지하는 요소
"국내 최초", "1등" 같은 과장 카피는 근거 없이 쓰면 표시·광고법상 부당광고로 걸릴 수 있다. 근거가 있어도 굳이 앞면에 넣을 필요는 없다. 의미 없는 인증마크 나열, 뒷면에 써야 할 브랜드 스토리를 앞면까지 끌고 오는 것도 마찬가지다. 앞면엔 위 세 가지 말고는 다 빼는 쪽이 원칙이다. 뭘 더할지보다 뭘 뺄지를 먼저 정하면 남는 자리가 저절로 정리된다.
사진 · Allen Boguslavsky · Sóc Năng Động · Allen Boguslavsky · Onur · Allen Boguslavsky (Pexel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