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듈로 나누면 여러 업체를 동시에 관리해야 해서 더 번거로워진다고 생각하는데, 아니다. 모듈은 업체 숫자가 아니라 산출물 숫자다. 사람 한 팀이 이름, 로고, 패키지, 웹을 다 맡아도 넷을 각각 마감일로 나누면 그 자체로 병렬이 된다. 반대로 업체를 열 곳 붙여도 산출물을 한 덩어리로 묶어 두면 순서대로 갈 수밖에 없다.
모듈은 부서가 아니라 산출물로 나눈다
네이밍, 로고 시스템, 패키지 디자인, 웹 랜딩. 이 넷은 서로 기다릴 이유가 없는 산출물이다. 부서를 기준으로 나누면 "디자인이 다 끝나야 개발이 시작한다"는 순서가 남는다. 산출물을 기준으로 나누면 로고 파일이 나오는 순간 패키지 담당은 그 파일만 받아서 바로 자기 일을 시작한다. 로고 팀 회의에 패키지 담당이 매번 앉아 있을 필요가 없다.
- 네이밍·슬로건, 문서 한 장
- 로고·색·서체, 가이드 문서 한 장
- 패키지 3종, 도면 파일
- 웹 랜딩, 화면 시안
산출물마다 담당자 한 명과 마감일 하나를 붙인다. 이 목록에 없는 일은 시작하지 않는다. 목록에 없는 일을 누가 급하다고 먼저 밀어 넣는 순간 나머지 마감일이 같이 흔들린다.
먼저 잠그는 세 가지
이름, 톤(말투와 분위기), 색 팔레트. 이 셋이 안 정해진 채로 나머지를 나눠 돌리면 패키지 담당과 웹 담당이 서로 다른 브랜드를 그리게 된다. 첫 회의에서 이 셋만 정하고 나면 그 뒤로는 모듈끼리 서로 기다리지 않는다. 로고 시안이 아직 안 나왔어도 톤과 색만 있으면 패키지 담당은 재질과 형태를 먼저 잡을 수 있다.
승인자가 여러 명이면 병렬이 깨진다
로고 산출물을 마케팅 담당이 붙잡고 있는 사이 패키지 담당은 확정된 로고를 기다리는 채로 멈춘다. 발주처 쪽 결재선이 모듈마다 한 명으로 좁혀져 있지 않으면 산출물을 아무리 잘게 쪼개도 병목은 그대로 남는다. 결재선을 좁히기 어려우면 최소한 모듈별 승인 기한을 정해서, 기한을 넘기면 다음 모듈이 임시안으로 먼저 진행하도록 정해 둔다. 킬슨은 이름·톤·색을 먼저 잠그고 그 뒤로 브랜딩·패키지·웹을 모듈로 나눠 병렬로 굴린다.
모듈러가 안 통하는 순간
브랜드가 뭘 팔고 누구에게 파는지 자체가 안 잡혀 있으면 나눌 산출물이 없다. 이 단계에서는 방향부터 정하고 그다음에 쪼개는 수밖에 없다. 갓 시작한 브랜드가 로고와 패키지를 동시에 맡기면 오히려 늦어지는 이유가 여기 있다. 콘셉트가 흔들리는 동안 두 팀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산출물을 만들다가 되돌리게 된다. 방향 잡는 데 들이는 시간은 아깝지 않다. 되돌리는 시간을 미리 줄여 준다.
사진 · Ruby Ruby · Moussa Idrissi · Wolf Art · Matheus Bertelli · Leeloo The First (Pexel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