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키지 디자인 업체를 고를 때 다들 포트폴리오부터 뒤진다. 그런데 시안이 아무리 예뻐도 인쇄소에서 이 사양으로는 안 나온다는 말을 들으면 그걸로 끝이다. 디자인 실력보다 먼저 봐야 할 건 인쇄 사양을 아는 업체인지다. 시안 미팅 자리에서 재질 얘기가 한 번도 안 나왔다면 그게 신호다.
견적서에 재질과 평량이 적혀 있는지 본다
포트폴리오 사진만 보내는 업체와, 견적서에 재질명·평량(종이 두께 단위)·코팅 방식까지 적어주는 업체는 다르다. 후자는 인쇄소와 실제로 소통해본 곳이다. 사진으로는 무광과 유광 차이가 잘 안 보이고, 화면 색과 인쇄 색도 다르게 나온다. 견적서에 이 항목이 없으면 완제품을 받고 나서야 알게 된다. 본 인쇄 전에 실제 재질로 뽑은 샘플을 받아보는 절차가 있는지도 같이 물어야 한다. 색이 마음에 안 들어 재인쇄하는 것보다 샘플 한 장 미리 받는 쪽이 훨씬 싸게 먹힌다.
후가공은 그림이 아니라 공정이다
박(금박·은박), 형압(눌러서 요철을 만드는 공정), 오시(접는 선을 미리 눌러두는 공정) 같은 후가공은 시안 단계에서 재질·인쇄 방식과 함께 정해져야 한다. 인쇄를 다 끝내고 나서 박을 넣고 싶다고 하면 처음부터 다시 찍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도무송(칼선) 파일을 따로 요구하지 않는 업체도 의심해야 한다. 상자가 어디서 접히고 잘리는지는 그 파일 하나로 정해진다. 후가공은 종류마다 최소로 걸리는 수량이 따로 있는 경우도 많아서, 인쇄 수량과 후가공을 같이 정해야 견적이 맞는다.
최소 수량이 정해진 이유를 물어본다
옵셋 인쇄는 판을 새로 만들어야 해서 적게 찍을수록 장당 단가가 오른다. 디지털 인쇄는 판이 없어 소량도 가능하지만 고를 수 있는 재질과 후가공이 좁아진다. 정확한 최소 수량 기준은 인쇄소마다 다르니 시안을 받기 전에 업체에 직접 물어야 한다. 이 질문에 바로 답하지 못하는 업체라면 제작을 맡길 인쇄소가 따로 없다는 뜻이다. 처음 만드는 브랜드라면 적게 찍고 반응을 본 다음 늘리는 편이 재고 부담을 줄인다.
디자인과 제작이 따로 노는 업체는 다시 그린다
시안만 그리고 제작은 알아서 찾으라는 업체를 만나면, 완성된 디자인이 인쇄소 규격과 안 맞아 파일을 통째로 다시 그리는 일이 생긴다. 재질을 바꾸면 색이 바뀌고, 색이 바뀌면 로고 대비도 다시 봐야 한다. 디자인 단계에서부터 어느 인쇄소로 갈지, 어떤 후가공을 쓸지 같이 정해두는 업체를 고르는 쪽이 결국 시간을 아낀다. 담당자 한 명이 디자인부터 인쇄소 소통까지 계속 붙어 있는지도 확인할 만하다. 미팅이 여러 번인데 담당자가 매번 바뀐다면 그 사이 어디선가 정보가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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