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은 예쁘면 된다고 흔히들 생각한다. 그런데 간판 디자인 업체가 제일 먼저 물어야 할 건 색이나 서체가 아니라 "몇 미터 밖에서 읽혀야 하는가"다. 도로 폭과 보행 속도, 건물 높이에 따라 필요한 글자 크기가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시안부터 보여달라고 조르기 전에, 업체가 이 질문을 먼저 던지는지부터 봐야 한다. 순서가 바뀌면 예쁜 시안을 받아 놓고도 막상 현장에 걸었을 때 다시 만들어야 하는 일이 생긴다.
글자 높이는 감각이 아니라 거리로 정한다
간판 업계에는 오래된 어림법이 있다. 글자 높이 1인치(약 2.5cm)마다 몇 미터 거리에서 읽히는지 계산하는 방식인데, 걷는 사람 기준과 차를 타고 지나가는 사람 기준이 서로 다르다. 같은 상호명이라도 4차선 대로변과 좁은 골목 카페에서 필요한 글자 높이는 다르다. "이 정도면 무난하다"고 감으로 정하는 업체는 현장 실측 없이 시안부터 그리는 경우가 많다.
- 4차선 도로변이라면 맞은편 인도에서 읽혀야 한다
- 골목 카페라면 다음 블록 모퉁이에서 읽히면 충분하다
- 건물 폭이 좁다면 세로형 돌출간판으로 노출 거리를 늘리는 방법도 있다
- 이 거리는 손님이 재서 알려줘야지, 업체가 짐작할 부분이 아니다
밤이 되면 다른 간판이 된다
낮에 근사한 시안이 밤에는 안 보이는 일이 흔하다. 채널간판은 글자 안쪽에 조명을 넣어 윤곽이 또렷하고, 후면 발광은 빛이 은은하게 퍼지는 대신 글자 경계가 흐려질 수 있다. 어느 쪽이 우리 가게 자리에 맞는지는 사진 몇 장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인공조명에 의한 빛공해 방지법은 지역별로 광고 조명의 밝기 상한을 다르게 두고 있고, 주거지에 붙은 상가는 상업지보다 낮은 기준을 받는 경우가 많다.
- 견적 전에 야간 사진이나 시뮬레이션을 요구한다
- 인접한 다른 간판과 밝기를 비교해서 정한다
- "낮에 잘 보이니 밤에도 괜찮다"는 말은 근거가 아니다
지자체 조례가 디자인보다 먼저다
옥외광고물법은 큰 틀만 정하고, 실제 크기와 색상, 돌출 여부는 시군구 조례가 정한다. 색상 수, 돌출 폭, 처마선을 넘는 높이까지 조례가 정하는 항목은 생각보다 많다. 옆 가게 간판이 이미 허가받은 방식이라고 우리 것도 똑같이 통과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디자인 시안을 그리기 전에 관할 구청 조례부터 확인하는 업체인지가 갈림길이다.
- 신고·허가 대행이 견적서에 포함되는지 먼저 묻는다
- "어디서나 이 정도면 된다"고 말하는 업체는 의심한다
- 정확한 수치는 법정 기준이 지역마다 달라 관할 구청에서 직접 확인한다
견적서에서 미리 확인할 것
시안이 마음에 들어도 견적서에 없는 항목은 나중에 추가 비용으로 돌아온다.
- 표시면적 계산 근거를 도면으로 받는다
- 신고·허가가 반려됐을 때 재작업 조건을 확인한다
- 파손·탈락 시 하자보수 기간이 며칠인지 물어본다
사진 · Elina Volkova · Brian Jiz · Büşranur Aydın · Burak Argun · Erik Mclean (Pexels)







